청학문화센터 대관 말고 뭐해요?!

신아해

청학문화센터는 청학아트홀(222석)과 30평 규모의 전시실을 보유하고 있고 연수문화원과 연수청소년문화의집이 상주하고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청학아트홀은 222석의 객석을 보유하고 있는 소규모 공연장이다. 음향·조명·영상 시설을 구비하고 있고, 대관을 하는 단체나 개인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전시실은 약 95㎡의 규모로 미술 작품뿐만 아니라 사진 등 다양한 예술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다. 아트홀과 전시실은 분기마다 대관 접수를 받고 있고, 연수구 및 타지역 소재 문화예술인·단체뿐만 아니라 누구든지 희망하면 교육·발표회 등 다양한 형태의 문화예술공연 및 행사를 위해 대관할 수 있다.

청학아트홀 ©신아해

청학아트홀 ©신아해

전시실 ©신아해

전시실 ©신아해

이중 청학아트홀과 전시실을 시민들에게 대관해주고 관리하는 운영업무가 올해 1월 1일부터 연수문화원에서 연수문화재단으로 이관되어 연수문화재단의 새로운 사업이 되었다.

필자는 지난해 10월에 입사한 신입사원으로 입사 후 청학아트홀과 전시실의 대관 운영을 첫 담당 업무로 맡게 되었다. 처음 내가 담당이 되어 일한다는 설렘도 있었지만,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과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 등이 교차했다.

봄이 어느덧 가까이 찾아온 3월, 새내기 사원의 지난 4개월의 분투와 느낀 점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청학아트홀 내부 ©신아해

청학아트홀 내부 ©신아해

전시실 내부 ©신아해

전시실 내부 ©신아해

모든 일은 발전이 있어야 한다

입사 전 자영업을 5년간 했었다. 나름 대안공간을 사람들에게 대관해주는 사업도 했었다. 그래서 이 업무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업무를 인계·인수받고 새롭게 운영계획을 세우면서 깨달은 점이 있었다.

인계인수를 받고, 일전에 사용해 왔던 문서 양식이나 대관 절차, 대관 방법, 관련 근거 등을 잘 숙지하고 그대로 적용하면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했다. 차질 없이 잘 진행된 사업이라면 예년의 방식을 그대로 따라가도 괜찮다는 심리적 관성이 있었다. 신규사업이 아니니, 스스로 업무를 쉽게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재단으로 사업이 이관되어 새로 운영계획을 세우면서 팀장님과 팀원들의 도움을 통해 심리적 관성을 깨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존 절차나 방법 중 불합리한 부분은 없는지 연구하고 기존에 사용한 조례나 시행규칙과 같은 근거 조항의 개정 여부를 확인했다. 또한 보다 더 많은 시민이 청학문화센터를 알고 이용할 수 있는 활성화 방안은 무엇인지 고민했다. 업무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관찰하며 더 나은 모습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지점을 발견, 개선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은 것이다.

이렇게 발전적인 생각과 변화의 시도는 대관을 시작하고 시민들과 소통하면서 금방 그 효과를 알 수 있었다. 매년 주기적으로 대관을 하는 단체나 개인들이 많았는데, 개선된 절차·환경 등을 바로 알아보시고 긍정적으로 변화했다며 기뻐하셨다.

청학아트홀 내부 ©신아해

청학아트홀 내부 ©신아해

청학아트홀 조종실 ©신아해

청학아트홀 조종실 ©신아해

세상에 별거 아닌 일은 없다

청학아트홀과 전시실의 대관 운영은 표면적으로는 축제·기획 사업 등과 같이 새로운 연구가 필요하거나 큰 예산을 사용하는 사업은 아니다. 일정에 맞춰 대관 신청을 받고 정해진 시간에 개방하며, 물품을 대여해주는 일이 전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혹자는 주목받지 못할 업무, 쉬운 업무로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도 처음엔 그런 업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여러 기관들·학원·어린이집과 같은 영리단체, 예술단체와 예술가 등 다양한 대관 단체와 개인들을 만나면서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다.

몇 가지 에피소드를 들자면, 1월·2월에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음악학원들의 발표회 대관이 매우 많았다. 나름 각 단체의 1년 동안의 결실을 부모님, 지인들과 공유하는 중요한 자리였다. 대관을 담당하면 개방에서 철수까지 그 현장에 계속 상주하게 되는데, 수많은 선생님과 아이들이 고군분투하며 행사를 준비하는 것을 보았다. 그런 아이들의 재롱을 보며 흐뭇해하고 감동하는 부모님들과 선생님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또, 한번은 자신의 어린 자녀가 수년 동안 그린 그림을 모아 개인 전시를 연 모녀가 있었다. 아주 잘 그린 그림도, 예술적 가치가 높은 그림도 아니었지만, 순수하게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딸을 위해, 마치 작가가 되어보는 듯한 경험을 선사하려고 전시를 열었다. 자기 작품을 가족, 친구들에게 설명하고 나누며 좋아하던 아이의 모습이 생각난다.

이처럼, 아무리 작은 행사라도, 그 안에는 그들의 땀과 노력 그리고 꿈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두가 그 순간에는 문화예술기획자가 되고 무대에 오르는 예술가가 되는 것이다. 이는 작은 공연장·전시실과 같은 소규모 문화예술공간이 어떻게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사람들의 꿈을 도울 수 있는지, 어떻게 예술의 힘을 통해 소통과 다양성을 증진할 수 있는지를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또 어찌 알겠는가. 이 무대가 한 아이를, 신진예술가를 훌륭한 예술가로 성장시킬지.

청학아트홀 공연 사진 ©신아해

청학아트홀 공연 사진 ©신아해

청학아트홀 공연 사진 ©신아해

청학아트홀 공연 사진 ©신아해

전시 사진 ©신아해

전시 사진 ©신아해

전시 사진 ©신아해

전시 사진 ©신아해

문화예술공간이 주는 힘

이러한 경험은 나에게 이 업무의 중요성과 가치를 깊이 이해하게 하였고, 공연이나 전시가 끝난 뒤 “담당자님 덕분에 잘 끝났다. 배려해주신 게 많아 감사하다”라는 말을 들으면 더없이 뿌듯했다. 이 일은 나에게 보람과 동시에 계속해서 발전하고 나아가야 하는 책임감을 심어 주었다.

아직 이런 공간이 존재하는지, 쉽게 대관할 수 있는지 모르는 시민들이 많다. 다행히 재단이 사업을 맡게 되면서 다각적인 채널을 통해 홍보를 한 결과 이전보다 훨씬 많은 대관과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분명 지역 예술가, 예술단체, 시민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선보이고 소통하고 싶은 수요가 많다는 뜻일 것이다.

나는 이 소중한 경험을 토대로 단순히 대관만 하는 것이 아닌, 주어진 공간을 적극 활용하여 지역 주민들에게 문화예술의 즐거움을 전하고 싶다. 다양한 예술인·단체가 자신들의 꿈을 자유롭게 펼치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 노력한다면, 다양한 형태의 예술 작품이 이곳에서 만남을 창출하며 예술의 새로운 흐름이 시작될 수 있지 않을까. 더불어 이 장소가 지역 문화 예술 활동의 기반이 되고, 예술 생태계의 활성화와 예술가들의 창작 열정을 지원함으로써 더 나은 문화 환경을 조성하게 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

신아해

신아해(申我海, SHIN A HAE)

연수문화재단 생활문화팀 주임

문화경영학을 공부했다. PUB과 문화공간, 독립서점을 5년간 운영했다.
현재는 연수문화재단 생활문화팀에서 근무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