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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떠나는 여행

여행 인문학 도서관 ‘길 위의 꿈’

최지은

사람을 설레게 하는 마법의 단어, ‘여행’. 우리는 계속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와 행복을 주는 그 시간을 좋아한다.

미추홀구 도심 속에는 누구나, 날마다 여행의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바로 ‘여행 인문학 도서관 – 길 위의 꿈’이다. 인천2호선 석바위시장역 1번 출구를 나오면 바로 만날 수 있다.

여행인문학도서관 길 위의 꿈 입구 ⓒ 최지은

여행인문학도서관 길 위의 꿈 입구 ⓒ 최지은

도서관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높은 천장과 꽉 찬 도서들이 눈에 들어온다. 탁 트인 공간이 넓은 세계를 찾아 나아온 여행자가 된 기분이 든다. 아직 낯선 여행지에 어디서부터 어떻게 둘러봐야 할지 막막했지만, 그런 사람들을 위해 길 위의 꿈 여행법이 준비되어 있었다.

길 위의 꿈 여행법 안내문 ⓒ 최지은

길 위의 꿈 여행법 안내문 ⓒ 최지은

서가 배치도 ⓒ 최지은

서가 배치도 ⓒ 최지은

길 위의 꿈은 총 네 개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행자의 영감을 구하는 ‘사색의 길’, 여행자의 정보를 탐색하는 ‘여행자의 광장’, 여행이 던진 질문의 답을 찾는 ‘인문학의 숲’, 마지막으로 꿈의 길을 모색하는 ‘꿈 놀이터’이다.

‘사색의 길’은 나라별로 소설, 수필 등 문학책이 분류되어 있다. 다양한 인물의 삶과 그 나라의 정서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여행자의 광장’은 중앙에 책상과 의자가 있는 공간을 뜻한다. 여행자의 광장에선 누구나 책도 읽을 수 있고, 공연과 강연을 볼 수 있다. 한쪽에는 인문학 도서를 모아놓은 ‘인문학의 숲’ 공간도 있다. ‘꿈 놀이터’는 2층 공간을 의미하는데,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도서가 있다. 좌식으로 되어있어 아이들도 편하게 볼 수 있다.

여행자의 광장 ⓒ 최지은

여행자의 광장 ⓒ 최지은

꿈 놀이터 ⓒ 최지은

꿈 놀이터 ⓒ 최지은

책을 읽기 위해선 주변에 놓인 책자리표를 사용해야 한다. 읽으려 하는 책을 꺼낸 자리에 책자리표를 하나 꽂아 놓고 같은 번호의 책자리표를 가져간다. 책을 읽은 뒤, 가지고 있는 책자리표를 보고 원래 자리에 다시 꽂아 놓으면 된다.

책자리표 사용법 ⓒ 최지은

책자리표 사용법 ⓒ 최지은

책자리표 ⓒ 최지은

책자리표 ⓒ 최지은

공간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여행자의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서가들이었다. 서가마다 각 대륙의 도서가 꽂혀있는데, 자세히 보니 세계지도를 펼쳐놓은 모습이었다. 그러니 서가 하나하나가 대륙이 되는 것이었다. 또, 그 안에는 이집트의 피라미드 모형, 러시아의 마트료시카 등 나라를 대표하는 소품들이 놓여있었다. 이러한 요소들이 방문자들에게 여행을 꿈꾸게 해준다.

대륙을 뜻하는 서가 ⓒ 최지은

대륙을 뜻하는 서가 ⓒ 최지은

각 나라의 소품들 ⓒ 최지은

각 나라의 소품들 ⓒ 최지은

공간에 집중하다 보니 뒤늦게 들려오는 적당한 소음이 ‘도서관이 맞나?’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하는 소리, 커피를 내리는 소리 등등 조용하고 적막한 도서관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알고 보니 ‘길 위의 꿈’은 시끄러운 도서관, 책 쓰는 도서관으로 소개하고 있다. 도서관은 조용하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책을 매개로 한 프로그램을 중점적으로 운영한다.

이름에 나와 있듯이 ‘여행’과 ‘인문학’을 주제로 한 다양한 공연과 강연을 진행하고 있었다. 문학, 역사, 철학 등 인문학 중심의 강연과 나라별 전문가를 모셔서 그 나라의 미술, 박물관 등에 대해 알아가는 여행 중심의 강연을 연다. 여기에 재즈나 클래식 연주 공연을 합친 프로그램도 주로 운영하고 있다. 도서관이니 책에 대한 소개까지 곁들여지니, 여행 인문학 도서관의 색을 진하게 나타내는 프로그램으로 느껴진다. 그 외에도 독서 동아리, 청소년 여행 프로그램 등 동아리 활동들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 홍보물 ⓒ 최지은
프로그램 홍보물 ⓒ 최지은

프로그램 홍보물 ⓒ 최지은

2020년, 코로나19 전염병이 돌면서 길 위의 꿈 도서관은 잠시 휴관을 하고, 거리두기로 인해 동아리 모임을 원활히 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 당시 운영을 지속하기 위해 도서관 내에 카페를 만들게 되었는데, 커피를 마시러 왔다가 책도 읽고 갈 수 있는 장소가 되어 사람들이 더 쉽게 다가올 수 있는 도서관이 되었다고 한다. 보통 카페에서 책을 읽는 경우는 있어도, 도서관에서 커피의 향기를 맡으며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드문 일이다. 커피 한 잔과 무한의 책이 함께하는 기쁨이 우리 가까이 있었다.

음료와 함께하는 독서 ⓒ 최지은

음료와 함께하는 독서 ⓒ 최지은

2013년 오픈하여, 10년을 맞이한 작은 도서관 ‘길 위의 꿈’은 사람과 책을 연결해 주는 도서관 놀이터의 역할을 하고 있다. 놀이터처럼 이곳에 와서 편히 놀다가 갈 수 있는 그런 공간. 더 나아가 사람과 사람 간의 교류하는 공간 말이다.

또한, 지역사회에서 고향과 같은 역할이 되길 바라며 ‘도서관 고향 만들기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음악회를 열거나 인천지역을 탐방하는 프로그램 등을 통해 고향의 거점이 도서관이 될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공간 자체가 주는 압도감, 여행 도서가 주는 기대감, 곳곳에 위치한 소품이 주는 현장감 이 모든 것이 합쳐져 마치 여행을 다녀온 기분을 주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이러한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이곳을 소개하고 싶다. 미추홀구의 문화 아지트로 자리 잡고 있는 ‘길 위의 꿈’. 여행을 꿈꾸고 있다면, 꿈꾸고 싶다면 한 번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최지은

글 최지은

미추홀학산문화원 지역문화팀 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