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기획 인터뷰-유쾌한 소통 1>
인천문화통신3.0은 2020년 9월부터 지역 문화예술계 · 시민과 인천문화재단과의 소통을 위해 <유쾌한 소통>이라는 이름의 기획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였다.
매달 2개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각계각층의 시민과 예술인들을 만나고 있다.
‘자기 결대로 성장하고 세대와 공감하는’ 청소년뮤지컬단
박수희
성명: 민선영 (閔善永, Min sun young)
소속: 인천광역시교육청학생교육문화회관
직위: 교육연구사
학력: 공주대학교 사범대학 음악교육과 및 동교육대학원 졸업
약력
1999. 3. 강화중학교 음악교사를 시작으로, 2019년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기관배정교사 및 인천대중예술고등학교 실용음악과 교사를 거쳐 2022년 9월부터 현재까지 인천광역시교육청학생교육문화회관 교육연구사를 역임하고 있다.
2024년 새해 1월 13일 토요일, 추운 바깥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싸리재홀은 푸른 청소년들의 숨결로 뜨거웠다. 인천 청소년들로 구성된 ‘청소년뮤지컬단’ 제6회 정기공연 뮤지컬 <엄마>가 화려하게 무대를 열었다.
제6회 정기공연 포스터
(출처: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유령들에게 둘러싸인 유진의 악몽으로 시작된 무대는 친구들 가득한 교실을 지나 신포시장, 공원, 경찰서 지구대, 유진이네 집, 유진엄마의 분식점, 병원으로 바쁘게 전환됐다. 장면마다 노래와 춤이 어우러지고, 그 안에 오늘을 살아가는 아이들과 가족, 이웃의 이야기가 전개됐다. 26명의 청소년들은 저마다의 빛깔로 무대를 눈부시게 채웠고, 객석을 꽉 메운 관객들은 그 빛에 물들어 울고 웃었다. 커튼콜로 단원들은 신나게 ‘신포시장’을 부르며 춤을 추었고, 관객들은 힘찬 박수로 환호했다.
“간다 간다 신포시장 간다, 간다 간다 인천 살리러 간다,
인천시 신포에는 신포시장 있네”(뮤지컬 넘버 ‘신포시장’에서)
창작뮤지컬 <엄마> 무대
(출처: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엄마>는 필리핀 국적의 엄마와 방황하는 딸의 갈등과 화해를 담은 창작 뮤지컬이다. 청소년뮤지컬단 창단 이후 5년째 계속 지도를 맡아온 함형식 연출이 직접 극본을 쓰고 연출을 맡았다. 함형식 연출은 예전에 중학교 전환기 수업에서 만났던 학생의 이야기를 담아 만든 15분짜리 뮤지컬을 모티브로 해서 1시간 30분 분량의 뮤지컬 <엄마>를 만들었다. 예산의 한계로 기존에 있는 노래들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 노래들은 함 연출가의 각색으로 각 씬에 딱 맞는 뮤지컬 넘버로 변신했다. “저는 뮤지컬에 우리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려 합니다. 작년에는 중국에서 온 청소년과 한국 청소년들의 갈등과 화합을 담은 뮤지컬 <비빔밥>을 공연했는데, 그때 교장 역을 맡았던 친구가 본인도 다문화 학생이라고 말해주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엄마와 딸의 갈등을 다룬 이야기에 다문화 가정의 이야기를 엮어서 만들게 되었습니다.”
함형식 연출과 청소년뮤지컬단 단원들
(출처: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작년에 교장을 연기했던 김희진 학생(고잔고2)은 올해 유진 엄마 역으로 무대에 올랐다. “주인공으로 서는 무대여서 부담도 크고 긴장을 많이 했는데, 이번 무대는 저에게 큰 의미가 있어요. 저희 엄마가 필리핀 분이세요. 엄마 생각하면서 연기하니까 눈물도 나고…” 고3이 되는 김희진 학생은 연기자가 되기로 진로를 정했다.
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청소년뮤지컬단의 기획과 운영을 맡은 민선영 운영기획팀장에게 무대 너머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3년 동안 활동한 학생이 있는데 엄마랑 갈등이 심했어요. 이번에 처음으로 엄마가 공연을 보러 오셨는데, 수고했다고 얘기해 주셨대요. 엄마랑 화해의 장이 마련된 거죠. 그리고 뮤지컬 끝부분에서 아이들이‘엄마’라는 노래를 부를 때, 무대 배경으로 엄마들 사진이 쭉 지나가잖아요. 아이들이 엄마한테 말도 안 하고 가져온 것들인데, 엄마들이 객석에서 그걸 보고 펑펑 우셨대요.”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싸리재홀
청소년뮤지컬단은 2018년 제1회 정기공연 <내 마음의 선인장>을 시작으로 올해 6년째다. 학교 폭력, 세월호 추념, 다문화, 학창 시절의 우정과 반항, 전쟁과 평화, 가족의 사랑 등을 담은 창작 뮤지컬을 해마다 준비하고 공연했다. 2022년부터 무대에 올린 공연은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유튜브 채널 ‘꿈이랑쉼이랑TV’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조회 수가 상당하다.
청소년뮤지컬단은 매해 5월경 인천에 있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모집한다. 누구나 지원할 수 있고 지원한 학생은 모두 참여할 수 있다. 모든 수업은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공간에서 무료로 진행되며, 4명의 뮤지컬 전문 강사에게 연기, 보컬, 댄스 등을 배우고 익힌다. 우선 4주 동안 총 8시간의 기초 수업을 진행하고 난 뒤, 계속 참여하고 싶은 학생들을 모아 오디션을 보고 매주 토요일마다 2시간씩 정기 수업을 진행한다. 10월 말이면 정기공연 뮤지컬 대본이 완성되고, 오디션으로 배역을 정하고 나면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간다. 겨울 방학이 시작되고 공연이 임박해서는 약 2주 동안 평일에도 모여 집중적으로 무대를 준비한다. 1월 정기공연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평가를 위한 모임을 한다. 그동안 청소년들과 지도 강사들이 함께했던 모습을 담은 영상을 보면서 이야기 나누고 한 뼘씩 성장한 서로의 모습을 확인하는 시간이다.
뮤지컬 수업
(출처: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6년 동안 인천 곳곳에서 수백 명의 청소년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동인천에 있는 학생교육문화회관을 오갔다. 그중에는 영종도에서 휠체어를 타고 다리 건너온 친구도 있고, 바다 건너 연평도에서 배를 타고 온 친구도 있고, 홈스쿨링 하는 친구도 있었다. 그리고 학교에서 존재감이 없는 친구들과 가정폭력을 겪고 있는 친구들도 있었다.
“뮤지컬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자기 결대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것이 단순히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이 아니라 스스로 잠재력을 확인하고 자존감을 찾아가는 치유의 과정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 아이들은 어디 가서도 비타민 같은 역할을 할 거예요. 진로 탐색뿐 아니라 정서 치유까지 해내는 뮤지컬단을 만들고, 프로그램이 지속되도록 안정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민선영 운영기획팀장은 2018년 청소년뮤지컬단이 첫발을 내디딜 때부터 인연을 맺어 지금까지 긴 호흡을 함께 해왔다. 더 많은 청소년에게 공평하고 효율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운영 방식, 예산 편성, 지도 강사 선정, 정기공연 기획 등 단단한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많이 고민하고 노력했다.
“저와 교육관을 같이하는 함 연출님이 쭉 함께해 주셨고, 안정적인 예산이 편성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시의원도 계셨습니다. 무엇보다 자발적으로 성실하게 활동하는 아이들과 저희를 믿고 맡겨주신 부모님들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민선영 운영기획팀장
청소년뮤지컬단 경험은 청소년들이 연기, 영상, 디자인, 문화기획 쪽으로 진로를 정하는 데 큰 역할을 했고, 타 시도에서 벤치마킹할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민선영 팀장은 한 단계 더 도약하고 확장할 수 있는 전환점을 여전히 모색 중이다. “예산만 확보가 된다면 저희만의 라이선스 뮤지컬을 꼭 만들고 싶습니다. 더 많은 청소년이 다양한 문화예술 교육을 통해서 도전하고 노력하는 것을 배우고, 세대와 공감하는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인터뷰 진행/글 박수희 (SuHi Park, 朴秀姬)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고 지금은 문화대학원에서 지역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다채롭고 평범한 사람들의 공간과 일상을 시속 4km의 속도로 걷고, 보고, 말하고,
읽고, 쓰고, 노래한다. 특히 오랜 시간과 성실한 손길이 담긴 것들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