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터뷰-유쾌한 소통 2>
인천문화통신3.0은 2020년 9월부터 지역 문화예술계 · 시민과 인천문화재단과의 소통을 위해 <유쾌한 소통>이라는 이름의 기획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였다.
매달 2개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각계각층의 시민과 예술인들을 만나고 있다.

사랑을 그리는 청소년 작가, 이해

홍봄

이해 작가

이해 (李해, Lee Sun)

수상 및 전시 이력
· 2023. 12 제7회 벗이 미술제 최우수상 수상(2024년 1월~3월 전시)
· 2023. 12 곽재선 문화 재단&할리스 제2회 미르아트 공모전 우수상(2024년 1월~2월 전시)
· 2023. 12 디스에이블드 발달장애 예술가 작품 전시회(Merry Heartism)
· 2023. 12 삼성증권 Knowledge Festa 미술작품 초청전 전시
· 2023. 12 삼성증권 Knowledge Festa 아트콜라보전 참여 및 전시
· 2023. 12 마사회 주관 말박물관 연말연시 기획전 초대(서울레츠런파크)
· 2023. 8 ~ 2024.1 열린행성 프로젝트(8월 Atlanta,USA/ 11월성수동, Korea/ 24 1 Vladivostok, Russia)
· 2023. 11 인천아시아아트쇼
· 2023. 9 인사동 엔틱&아트페어 한젬마와 천재아티스트 with sysplanet
· 2023. 5 스페셜아트 one pick market 참여
· 2023. 5 장애청소년 우수작품 초청전 <나는 나야 I’m me!>
· 2022. 12 포시즌 단체전 전시
· 2022. 11 한국-아시아‧태평양 디음 미술공모전 입선 및 국회 전시회 전시
· 2019.12 ~ 2021.12 밀알복지재단 봄 프로젝트 경인미술관 전시
· 2020. 10 강원 키즈 트리엔날레 영재작가 초청 전시
· 2019. 11 14회 남부 큰꿈이 해냄 미술대회 큰꿈이상
· 2019. 12 열린행성그라운드 2019
· 2018. 7 제21회 바다그리기대회 특선

작가정보: 인스타그램, QR 코드

세상이 혐오로 물들어 간다. 이웃이었을 우리는 서로 등을 돌리고 분노와 증오를 쏟아낸다. 제발 멈춰달라며 거리로 나온 이들에게 돌을 던진다. 어디서부터 바로 잡을지조차 막막한 혐오의 시대. 이해 작가의 그림이 위안이 되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그의 작품은 언제나 ‘사랑’을 말한다. 혐오 대신 사랑으로 물들인 캔버스를 보고 있노라면 힘이 난다. 사랑이 있으니 ‘우리는 괜찮다’는 희망이 생긴다.

이해 작가Ⓒ이해

이해 작가©이해

이해(15)는 올해 중학교 3학년이 되는 청소년 시각미술 작가다. 일곱 살이 될 무렵부터 그림을 그렸다. 더 어릴 때는 어른들에게 좋아하는 그림을 그려달라고 부탁했다. 아이는 어느 순간 스스로 연필을 잡았다. 그림을 본 치료실 선생님은 재능이 있다고 말했다. 어머니 최희선(43) 씨는 고개를 저었다. 그저 아이가 즐겁게 그리는 낙서 정도로 생각했다.

이 작가가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는 밀알복지재단의 ‘봄 프로젝트’였다. 이 프로젝트는 재능 있는 발달장애인들이 예술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작가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2019년 경인미술관 전시를 해냈고, <열린 행성 그라운드 2019>에도 함께했다. 같은 해 제14회 남부 큰꿈이 해냄 미술대회에서는 큰꿈이상을 받았다.

작가 활동을 시작한 초창기 그의 작품은 대부분 ‘브레멘 음악대’를 주제로 했다. 동명의 동화에 등장하는 동물들을 화폭에 옮겼다. 브레멘 음악대가 얼마나 좋았는지 낯선 집에 가더라도 책장에서 동화책을 먼저 찾아볼 정도였다. 어머니 최 씨는 “해가 동화로 인해서 안정을 많이 얻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며 “그림도 굉장히 오랫동안 브레멘 음악대만 그렸다”고 말했다.

mirror

mirror©이해

타조 가족 약사들

타조 가족 악사들©이해

작품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2021년 무렵이다. 점차 다양한 동물들이 그림 속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 독수리와 코끼리, 개구리, 타조, 늑대 등의 동물을 주제로 한 작품을 그렸다. 작가는 집에서도 동물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나 영상을 많이 본다. 좋아하는 동물은 계속 바뀐단다. 요즘 관심이 있는 동물은 코끼리다.

작가의 성장만큼이나 작품을 선보일 기회도 점차 늘었다. 2020년에는 강원 키즈 트리엔날레 영재작가 초청 전시에 참여했다. 2022년은 한-아태 디음 국회 전시회와 포시즌 단체전 전시 등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지난해는 열린행성프로젝트 전시부터 <인천아시아아트쇼>까지 더 많은 곳에서 관람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작업 방식을 묻는 말에 이 작가는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즉흥적으로 그릴 때가 많다. 색도 앉은 자리에서 결정해 칠하곤 한다. 미리 구상한 그림을 옮기는 일도 있다. 항상 들고 다니는 A4용지에 그림을 그려보고, 마음에 들면 캔버스에 옮기는 방식이다.

인터뷰 중 그림을 그리는 이해 작가
인터뷰 중 그림을 그리는 이해 작가

인터뷰 중 그림을 그리는 이해 작가©홍봄

확실한 것은 그는 항상 그림과 함께라는 점. 인터뷰를 하면서도 이 작가는 내내 그렸다. A4용지에 그릴 때는 연필과 색연필을 주로 사용하고, 캔버스 작업 때는 아크릴 물감이나 오일 파스텔을 쓴다. 하루에 작품을 완성하기도 하고, 멈췄다가 다시 그리기도, 완성했다가도 추가로 수정하기도 한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이 작가의 작품 속 동물들은 모두 환히 웃고 있다. ‘인생은 즐거운거야!’라고 이야기하는 이 작가는 늘 즐겁고 행복하다. 그의 그림에서 눈코입이 있는 아이들은 늘 입꼬리가 웃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림에서 번지는 미소가 어쩌면 당연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가 ‘사랑’을 생각하며 작업을 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사랑해’라는 제목의 작품에서 등장하는 동물들은 사이에 하트가 그려져 있기도 하고, 최근 작품에서는 동물들이 서로 ‘I LOVE YOU’라고 말하는 모습들도 자주 보인다.

파랑새 가족

파랑새 가족©이해

우리가족

우리 가족©이해

특히 2023년부터 시작한 ‘가족 시리즈’는 작가가 생각하는 사랑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가족 시리즈에 등장하는 구성원은 총 셋이다. 아빠는 중절모를 쓰거나 수염을 그리고, 엄마는 예쁜 꽃을 달았다. 아이는 가장 작지만, 아빠와 엄마 사이에서 보호받는다. 따뜻하고 행복한 이 가족의 모습은 작가 가족의 모습이기도 하다. 작가는 ‘가족의 의미’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말없이 엄지손가락을 ‘척’하고 들어 보였다.

청소년 작가인 만큼 그의 작품 속 변화는 곧 작가의 성장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작품의 주제도 달라졌지만, 구성과 색상도 매년 변화를 보였다. 초창기 그의 그림 속 동물들은 하나 또는 둘이었는데, 지금은 가족을 뜻하는 셋이 되거나 그 이상이 되기도 한다. 배경도 단색에서 점차 다양한 색상과 배치를 쓰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최근 작가가 주로 쓰는 색상은 무지개에서 분홍색을 더한 여덟 빛깔 무지개 색깔이다. 어머니 최 씨는 그림에 작가의 관심사가 반영된 것 아닐까 생각했다. 친구들과 어울리고 타인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주변을 관찰하게 됐다.

my life

my life©이해

피아노와 무지개용(라데츠키행진곡)

피아노와 무지개용(라데츠키행진곡)©이해

이 작가가 세상과의 접점을 넓혀나가는 데에는 역시나 그림의 역할이 컸다. 처음에는 사람이 많은 곳을 꺼려 자신의 전시회를 나가는 일도 힘들어했지만, 지금은 즐길 정도다. 관객들에게 그림을 직접 그려 드리면서 칭찬을 듣기도 하고, 전시회 자리에서 주인공이 되는 경험을 반복하면서 행복을 느낀다.

그렇기에 작가의 어머니는 작가가 그림으로 계속 소통하며 살아가기를 바란다. 최 씨는 “해가 작가 활동을 하면서 사람들과 많이 어울리는 기회가 생긴 것이 가장 좋았다. 사회구성원으로 환영받고 인정받는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도 꾸준히 재미있게 그림을 그려서 성인이 되어서도 활동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작가를 비롯한 발달장애 청소년들이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이 작가가 미술을 시작하는 계기였던 봄 프로젝트부터 지금까지 참여했던 프로젝트나 전시 중 다수가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최 씨는 “인천에도 해처럼 그림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많고, 잘 그리는 친구들도 있는데 포기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웠다. 보통 학원이나 프로그램들이 비장애 아이들 위주로 되어있다 보니 장애 아이들은 용기를 내기가 어렵다. 인천에 좋은 프로그램이 생긴다면 재능을 찾는 아이들도 생길 것이고, 성인이 되어서도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지 않을까. 지역 작가들끼리 커뮤니티를 만들어 함께 그림도 그리며 일과를 보내고 취업도 할 수 있게 프로그램이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바랐다.

love family

love family©이해
– 인터뷰 때 그리고 싶다던 작품

A++

A++©이해

여덟 빛깔 무지개와 동물, 가족을 사랑하는 이 작가 역시 지금처럼 즐겁게 그림을 그리려 한다.
이 작가는 “그림 그릴 때가 좋다”며 “(앞으로) 돌고래 가족을 그리고 싶다”고 웃어 보였다.

홍봄

인터뷰 진행/글 홍봄 (Hong Bom)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하다’ 기자. 인천경기탐사저널리즘센터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