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터뷰-유쾌한 소통 1>
인천문화통신3.0은 2020년 9월부터 지역 문화예술계 · 시민과 인천문화재단과의 소통을 위해 <유쾌한 소통>이라는 이름의 기획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였다.
매달 2개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각계각층의 시민과 예술인들을 만나고 있다.

박물관은 살아있다

인천시립박물관 손장원 관장을 만나다

유사랑

손장원

손장원(孫張源)

학력
· 1982~2002 인하대학교 건축공학과(학사, 석사, 박사)

경력
· 2023.6.5.~현재 인천광역시립박물관장
· 2004.3~2023.2 인천재능대학교 실내건축과 교수
· 1998.3~2004.2 신성대학교 실내건축과 조교수
· 1991.3~1996.6 인천광역시립박물관 학예연구사
· 2023.9 ~ 현재 인천광역시 문화재위원(사적건조물 분과)

저작물과 논문
· 건축가의 엽서; 네모 속 시간여행 (글누림, 2021)
· 문화재가 된 인천근대건축 (인천도시역사관, 2020)
· 어반셀 (간향미디어 랩, 2020, 공저)
· 인천근대건축 (간향미디어랩, 2006)

박물관을 뜻하는 뮤지엄(museum)은 본래 신전을 지칭하던 말로 오늘날에는 박물관과 미술관을 포괄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미술관이 예술작품을 소장한 박물관이라는 개념에서 유래한 탓이다.

세계명품도시들의 위상은 사회경제적 인프라 못지않게 문화예술의 척도에도 크게 좌우되기 마련이다. 한 도시의 문화예술 수준은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질적, 양적 규모에 비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 2대 도시를 넘보며 하루가 다르게 변모를 거듭하고 있는 인천의 대표적 콤플렉스도 시립미술관이 없는 유일한 거대도시라는 사실과 시립박물관의 규모가 도시 크기에 비해 왜소하다는 아쉬움이었다. 2027년 개관을 목표로 미추홀구 학익동에 신설될 인천뮤지엄파크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감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뮤지엄파크로의 이전을 위한 단계적 준비작업 이외에도, 산하 5개 박물관 중, 검단신도시박물관 건립과 이민사박물관 확장 이전까지 계획 중인 인천시립박물관으로서는 2024년이 일대전환의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이유로 갑진년 새해 벽두 손장원 인천시립박물관장을 만나보았다.

“박물관의 건물 크기보다 정작 중요한 건 소장하고 있는 대표유물의 가치예요. 대표소장유물의 격이 바로 그 박물관의 수준인 거죠. 우리보다 31년이나 늦게 개관한 부산시립미술관만 하더라도 국보급 유물 2개에 보물은 3개나 보유하고 있어요. 서울은 89개니까 비교할 것도 없고요. 1946년에 개관한 우리 인천시립박물관은 국보는커녕, 보물만 딱 1점 가지고 있을 뿐이에요. 바로 송암미술관에 있는 <평양성도>죠. 다소 거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박물관의 질은 사실 ‘돈’이 결정해요. 유물 구입을 위한 예산 규모가 정확히 박물관의 수준으로 치환될 수밖에 없는 구조죠. 한계가 분명한 시 자체 예산만으로는 단기간에 박물관의 비약적인 발전을 기대하긴 어려워요. 아직 우리에겐 시기상조지만, 외국의 선진도시들처럼, 유수 기업들이 사회 환원 차원에서 유물 구입에 도움을 주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겠죠. 유물 전시 때마다 해당 기업의 협찬 내용도 표기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도 시효가 만료되지 않는 훌륭한 홍보 전략일 수 있고요. 유물 구입비는 쓰면 사라져 버리는 다른 사업예산과는 그 성격이 본질적으로 달라요. 구입한 유물은 시의 재산으로 등록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값이 올라가기 십상이거든요. 장기투자 같은 개념인 거죠.”

지난 2023년 6월 부임한 손장원 관장은 인하대에서 건축을 전공한 건축공학자로 인천재능대학교 실내건축과 교수를 역임했다. 특히 그림엽서와 도상 자료를 기초로 인천의 근대건축물을 추적, 연구해 3권의 저서를 펴냈는가 하면, 인천향토사와 고건물의 발굴과 조명에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천시립박물관 기획전 (이미지 제공_인천시립박물관)

인천시립박물관 기획전 <덕률풍전>(이미지 제공: 인천시립박물관)

“사실 인천시립박물관은 제 친정집인 셈이에요. 1991년부터 6년간 여기서 학예사로 근무했거든요. 그래서 ‘법관 전관예우는 길어야 3년이지만, 박물관 학예사 전관예우는 평생 간다’며 우스갯소리도 하고 다니고 그랬죠. 교수 시절 때도 박물관과 협업을 많이 했고요. 그런데 제가 박물관장으로 오게 될 거라곤 전혀 예상 못 했어요. 교수 정년을 5년이나 남겨두고 명퇴를 하는 바람에 여기저기서 내정된 것으로 오해하지만, 믿거나 말거나 전혀 사실이 아니에요. 30년 공부했으니 30년 놀자는 생각으로 쉬엄쉬엄 북한 근대건축이나 연구해 볼까 했던 건데,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셈이 된 거죠. 어쨌든 제가 관장으로 부임하면서 세운 박물관 운영 목표는 ‘연구하는 박물관 만들기’예요. 대학 수준은 교수 수준을 못 넘듯, 박물관 수준도 유물 수준은 말할 것도 없고, 학예사 수준을 넘을 수 없어요. 학예사는 엄밀하고도 고도의 전문지식을 갖춰야 하는 직업군이죠.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연구에 매진하지 않으면 쉬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워요. 시시각각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정보와 지식에 금방 뒤처질 수밖에 없고요. 그래서 학예사들의 연구 실적을 업무평가에 반영할 생각이에요. 평가 기준도 직원들 스스로 마련하도록 할 거고요. 전시도 당분간은 기획전보다는 상설 전시 위주로 가려고 해요. 학예사들의 역량을 여기저기 분산시키기보다는, 전시TF팀을 구성해 지금껏 해오던 연대기 중심이 아니라,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 전시에 집중할 거예요. 분기별 4개의 상설 전시가 끝나면, 4개 챕터짜리 소설이 나올 수 있을 정도로 말이죠. 꼭 논문형식까지는 아니더라도 유물처리에서부터 전시의 전반적인 내용까지 모든 것을 꼼꼼히 글로 기록하도록 할 겁니다. 기술에는 급작스러운 도약이란 게 있을 수 있지만, 문화에는 오직 점진적 진화만이 존재한다는 말도 있잖아요? 한발 한발 한정된 자원일지라도, 공부하고 연구해서 최대치를 끌어내려는 노력 외에는 달리 왕도가 있을 수 없죠.”

송암미술관 전시 연계 서예 교육(이미지 제공_인천시립박물관)

송암미술관 전시 연계 서예 교육(이미지 제공: 인천시립박물관)

인천시립박물관에서는 인천 섬이 인천의 중요한 지역문화유산이라는 점에 착안해, 옹진군청과 협력해 섬마을박물관 조성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4년 전 볼음도를 조사했고, 3년 전에는 신시모도를, 작년엔 자월도 조사를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제물포가 개항되기도 전인 1881년에 지어진 인천에서 가장 오래된 민가를 발견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청나라연호인 ‘광서 7년’이라는 상량문의 글귀를 박물관 조사팀이 자월도 폐가에서 확인한 것이다.

“박물관은 살아있는 교육 현장이에요. 시대를 초월한 역사 유물들과 시공을 초월해 직접 만나는 생생한 경험을 제공해 주죠. 관련 지식이나 사진 자료야 굳이 박물관을 방문하지 않고도 인터넷으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어요. 하지만, 실제 자료와 실물을 눈앞에서 보고 느끼는 감동과 아우라는 차원이 다르죠. 바로 보고 이해 가능한 ‘쉬운 전시’, 재밌는 전시, 인천시민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인천만의 콘텐츠 개발을 위해 우리 학예사들과 더욱 열심히 고민하고 연구해 나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유사랑

인터뷰 진행/글 유사랑(劉思狼, yusarang)

시사만평가, 커피화가, 자유기고가

원래는 여러 신문에서 오랫동안 시사만평을 그려 온 시사만평가다. 커피로 그림을 그려 커피화가로도 활동하고 있고, 다양한 매체에 다양한 장르의 글을 기고하는 자유기고가이기도 하다. 특히 2백여 명의 인물을 인터뷰한 전문 인터뷰어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