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기획 인터뷰-유쾌한 소통 2>
인천문화통신3.0은 2020년 9월부터 지역 문화예술계 · 시민과 인천문화재단과의 소통을 위해 <유쾌한 소통>이라는 이름의 기획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였다.
매달 2개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각계각층의 시민과 예술인들을 만나고 있다.
‘생각하고, 만들고, 보여주는’ 김기홍 예술가
박수희
김기홍
학력
2020 서울대학교 동양화과 학사 졸업
개인전
2023 코스모 40, 인천
2022 <16:9> 응접실, 인천
2021 <사람과 산수에 관한 그림> CICA 미술관, 경기도
2018 <예술이 아니어도 좋아> Gallery Dos, 서울
단체전
2023 <커넥션> 불모지, 인천
2022 d/p, 서울
2020 <뉴 드로잉 프로젝트> 양주 시립미술관, 경기도
2017 <전시> 관악문화관, 서울
2016 <제곱센티미터> 서울대학교 문화관 전시실, 서울
2015 서울대학교 문화관 전시실, 서울
기금/수상
2023 <인천 서구문화재단> 청년 창작 지원사업
2022 <인천문화재단 시작 공간 일부> 화르-륵 지원사업
2022 <인천문화재단 시작 공간 일부> 동네 청년 탐구생활
지원사업
2021 <인천문화재단 시작 공간 일부> 동네 청년 탐구생활
2021 <인천시 미디어아트 공모전 금상 수상>
2021
2017 <대학 문화 예술 기금>
레지던시
2021 경원문화재단 레지던시 ,인천
스물여덟의 김기홍 작가는 ‘생각하고, 만들고, 보여주는’ 예술가다. 부평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다닌 기간을 빼곤 줄곧 인천에서 살았다. 어릴 적부터 뭔가를 만들고 싶었던 아이는 초등학생 때 예술가가 되기로 마음먹고, 서울예고와 서울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지금은 “동아시아문화를 기반으로 작업하는 시각예술가”로 수도권뿐 아니라 지역을 오가며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동·서양의 문화적, 역사적, 철학적 배경의 차이는 그림의 목적, 스타일, 표현 방식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만 오늘날 동양화와 서양화를 구분하는 것은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 “학교에서는 그린 사람의 정체성, 그림이 다루는 소재, 사용한 재료 이 셋 중에 하나라도 동양적이면 동양화로 볼 수 있다고 가르칩니다. 사실‘동양’이라는 말은 서구에서 타자와 자신을 구분하기 위해 만든 단어잖아요. 동아시아문화는 근대화, 현대화를 거치면서 과거와는 유리된 측면이 있어요. 현재 우리가 생활하고 사유하는 방식도 마찬가지죠. ”
김기홍 작가의 작업은 “현재의 시각적이고 환경적인 구조를 재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미래적인 것이 과거와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그는 현재를 구성하는 과거의 지층을 끄집어내어 현재의 삶을 바라보고 사유하게 하는 새로운 시선의 틀로 사용한다. 디지털 환경을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고 빠르게 적응하는 MZ 세대인 그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시각적 구조인 UX(user experience), UI(user interface)를 동아시아적 문화·이미지와 결합해 아날로그 방식으로 구현하는 작업을 해왔다.
2023 개인전 <윈도우즈의 정원> 회화작품
©김기홍
2022년 개인전 <16대 9>에서는 유튜브 화면의 요소를 산수화의 요소로 치환하고 접목한 19점의 수묵화를 선보였다. 지난해에는 여러 장르의 예술가들과 ‘인간의 관계성’을 주제로 협업했던 인천청년작가기획전 <커넥션 CONNECTION>에서 줌 미팅, 카카오톡, 메신저 등 온라인상의 ‘소통’을 모티브로 작업한 5점의 수묵화와 설치작품을 전시했다.
2023년 11월, 복합문화공간‘코스모 40’에서 열었던 개인전 <윈도우즈의 정원 Garden of Windows>에서는 컴퓨터 운영시스템인 ‘윈도우즈 Windows’의 변화과정을 동아시아적 방식으로 새롭게 담아냈다. “컴퓨터 운영체계도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윈도우즈와 애플은 화면을 드래그하는 방식이 서로 반대예요. 맥은 사용자 중심이고 윈도우즈는 도구 중심이어서 그런 차이를 만들죠.” 김기홍 작가는 무의식적으로 스며든 디지털 환경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삶을 구성하게 하는지 환기하고자 했다.
2023 개인전 <윈도우즈의 정원> 전시풍경
©김기홍
“진경산수는 단순히 풍경을 그려내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자신의 세계관과 사고의 형식을 담아냅니다. 겸재의 <금강전도>를 보면 금강산을 음양과 오행에 맞도록 흙, 물, 나무 같은 산의 요소를 배치하면서 자신이 생각한 세계관을 반영하죠. 윈도우즈 운영체계도 진경산수 개념 안에서 다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는 윈도우즈 3.1부터 10까지 버전의 진화 과정을 10개의 수묵화에 담았다. “컴퓨터 환경은 이미 너무 익숙해서 이게 우리 삶에 미친 영향이나 변화를 생각하려면 온라인에 디지털로 구현하는 것보다 아날로그 방식으로 재현했을 때 낯설게 보기가 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같은 이야기도 어디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죠.” 컴퓨터 모니터 크기의 한지 위에 먹물 묻힌 세필 붓으로 윈도우즈 바탕화면을 재현했다. 동아시아적 이미지와 윈도우즈 아이콘이 섬세하고 빼곡하게 채워진 수묵화를 직접 제작한 모니터 형태의 아크릴 상자 안에 집어넣었다. 모니터를 재현한 아크릴 상자는 회화를 지탱하는 구조인 ‘지지체’에 대한 깊은 고민 끝에 얻어낸 결과다.
(53.00㎝×29.85㎝ 선지에 먹, 2023)
©김기홍
<윈도우즈의 정원>은 개인전이지만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완성될 수 있었다. “전시장 바닥에 작은 플라스틱 칩을 대량으로 깔아야 했는데, 전시 폐기물에 대한 고민이 컸죠. 감사하게도 재활용 업체 ‘공단수지’에서 흔쾌히 도와주셨어요.” 서구 검단에 있는 공장 ‘공단수지’에서 3톤 분량의 재생 플라스틱 칩을 무료로 빌려주고, 전시 후에 직접 수거까지 해주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세상 혼자 사는 거 아니구나 느꼈죠. 정말 많은 도움과 애정, 관심을 받았거든요. 기획자, 어시스트, 전시 설치를 도와준 분들, 영상 모델러, 목공소 사장님, 후원 업체…. 이런 걸 그림자 노동이라고 하는데 그 중요성을 많이 깨달았죠.” 그는 전시를 통해 협업의 필요성과 사람과 노동의 가치를 배웠다.
2023 개인전 <윈도우즈의 정원> 전시장 배치도
©김기홍
김기홍 작가는 실생활에서 우리의 인식 구조를 바꾸고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이나 장소를 관찰하고 리서치와 레퍼런스를 직조해서 작업한다. “다음 작업 주제는 아파트예요. 펼쳐지는 장롱을 만들고 그 안에 아파트의 역사를 담은 회화와 조형물을 채우려 해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사 다닐 때마다 장롱을 가지고 다니잖아요.”주거문화와 시대적 트랜드가 반영되어 계속 변화해온 아파트를 통해 현재 우리가 사는 공간을 재사유하는 작업을 구상 중이다.
그는 시각예술가 영역에 머무르지 않는다. 대중음악을 작곡하는 음악가이며, 메타버스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스타트업 ‘프리즘테이블’의 대표이기도 하다. 서울 관악구 낙성대공원을 메타버스화 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데, 공원에 머물거나 오가는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그 공간에서 사라지는 휘발성의 감정들을 기록해서 메타버스 공간에 담아낼 계획이다.
2023 개인전 <윈도우즈의 정원> 전시장 배치도
©김기홍
“저는 예민하게 현시대랑 맞닿아 있는 걸 건드리면서 깊이 고민하고 조사해서 뭔가를 만들어 내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김기홍 작가는 인천이 예술을 하기엔 척박한 곳이지만, 부모님과 아는 사람들이 있고, 바다가 가깝고 계양산과 논이 지척에 있는 동네가 좋아 앞으로 쭉 인천에 살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예술가로 생존하기를 원하며 인천이 문화적으로 풍성해지기를 희망한다.
젊은 시선과 예민한 감각으로 현실을 관찰하고, 성실한 조사와 공부로 과거의 지층을 파내, 전통적이고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재현하는 김기홍 작가의 새로운 작품이 기다려진다.
인터뷰 진행/글 박수희 (SuHi Park, 朴秀姬)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고 지금은 문화대학원에서 지역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다채롭고 평범한 사람들의 공간과 일상을 시속 4km의 속도로 걷고, 보고, 말하고, 읽고, 쓰고, 노래한다. 특히 오랜 시간과 성실한 손길이 담긴 것들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