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과 미술전시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변화해 왔다. 권위적이고, 제한된 소수에게 이용되어 왔던 과거와는 달리 18세기 이후부터 공공적인 성격으로 변모하기 시작하여, 현재는 다양한 형태로 미술전시 및 공간이 운영되고 있다.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서 정의하고 구분하는 등록 미술관과는 다른 형태의 미술관이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는데, 지역 특성에 맞는 탄력적인 미술전시 공간들이 곳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우리미술관은 구도심의 유휴공간을 활용하여 미술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과 친밀감을 높여주는 공공문화시설인 작은미술관으로 시작되었다.
우리미술관 전시관 입구
우리미술관은 인천시 동구 만석동 괭이부리마을에 있으며, 주민의 다수가 고령이다. 괭이부리마을의 주민은 언제나 무료로 미술전시를 관람할 수 있고, 우리미술관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우리미술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교육 프로그램 등)은 주민과 가장 가깝고 친숙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2018년 <괭이부리말과 포구이야기> 전시
2019년 문화나눔 결과전시 <우리들의 이야기>
때문에 우리미술관에서 열리는 모든 미술전시 또한 주민과 친숙한 주제와 작품으로 준비될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지역의 역사와 가치를 공유할 수 있고 지형적 특징을 담은 작품으로 지역주민에게 공감을 이끌어내는 전시도 개최하고, 2016년부터 매년 주민이 우리미술관에서 문화예술활동에 참여하여 만든 작품을 전시하기도 한다.
2021년 <다시 봄2> 전시
2022년 <푸른 갯벌> 전시
그러나 뉴미디어를 이용한 작품이나 현대적인 주제로 전시가 기획되었을 때 종종 “누구를 위한 전시인가요?”라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이에 대한 답은 언제나 간단하다. 모두를 위한 전시를 준비한다. 우리나라 문화기본법1) 제4조 국민의 권리에서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인종, 세대, 지역, 정치적 견해,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나 신체적 조건 등에 관계 없이 문화 표현과 활동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자유롭게 문화를 창조하고 문화 활동에 참여하며 문화를 향유할 권리(이하 “문화권”이라 한다)를 가진다.’고 하며, 또한 제5조(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3항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경제적ㆍ사회적ㆍ지리적 제약 등으로 문화를 향유하지 못하는 문화소외 계층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문화 활동을 장려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즉, 모든 국민이 차별 없이 문화 향유의 기회를 누려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1) 문화기본법은 문화에 관한 국민의 권리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정하고 문화정책의 방향과 그 추진에 필요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문화의 가치와 위상을 높여 문화가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국가사회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
2019년 <레디메이드 만석> 전시
2022년 <잔잔하고 거친 떨림> 전시
우리미술관을 방문하기 전까지 미술전시를 관람한 적이 한 번도 없는 주민도 있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미술관이 집 근처에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고, 방문 경험이 없다 보니 미술관의 문턱이 점점 더 높게만 느껴져 자신의 삶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미술관을 몇 번 방문하고 난 뒤에는 어색하지 않게 미술관을 들어올 수 있게 되었다고도 했다. 괭이부리마을에는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황의 고령의 주민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뉴미디어를 이용한 작품이나 현대적인 주제’의 작품을 감상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지역적 특성과 주민의 삶의 배경을 미뤄 짐작하여 전시 작품과 주제를 정하는 것은 차별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생각한다. 예술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관람자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예술작품에 대한 감상은 제각각이며, 매우 주관적이다. 일률적인 해석과 감상이 따르지 않아 재밌고 놀라울 때가 많다. 최근 미디어 작품을 전시했을 때 작품을 감상하는 동안 박수를 치며 깔깔 웃는 어르신을 본 적이 있다. 이유를 물으니 “재밌다. 보기에 좋다.”라고 대답하였다.
2020년 <아이야, 나는 너를 사랑한단다> 전시
2020년 <만석, ( )꽃피다> 전시
우리미술관 전시 관람객은 괭이부리마을 주민뿐만이 아니다. 지역주민이 아닌 관람객이 매년 늘고 있다. 왕래가 많지 않았던 지역에 작품을 감상하러 방문하는 사람들이 고령의 주민들과 만나게 되는 장소가 우리미술관이 된 것도 지역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지역,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이 전시를 통해 좋은 작품을 감상하고 그 문화 교류의 장소가 우리미술관이 된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우리미술관 관람 사진
현재 미술전시회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2022년)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문화예술행사 관람 횟수는 2.2회로 2021년 1.4회 대비 0.8회 증가, 미술전시회의 관람률은 전년 대비 1.7% 증가하였다. 또한 관람 만족도는 만족(매우 만족+만족+약간 만족)한 비율이 90%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으며, 분야별 문화예술행사 참여자의 참여 의향은 ‘미술전시회’가 70.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문화예술활동 공간 이용률에서도 박물관(미술관 포함)이 5.8%로 높은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미술관이 국민들에게 친숙한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문화예술행사의 보완점으로 문화예술행사 관람자의 26.0%가 ‘작품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응답하였다. 다음으로 ‘관람비용을 낮추어야 한다(25.6%)’, ‘관련 정보가 많아져야 한다(18.2%)’, ‘가까운 곳에서 열려야 한다(14.1%)’ 등의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우리미술관 관람 사진
미술전시를 준비하면서 가장 노력하는 것은 좋은 작품을 관람객에게 선보이는 것이다. 국민들의 미술전시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작품의 질’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는 만큼 미술전시를 기획하는 일은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해진다. 또한 준비한 좋은 전시를 보다 많은 관람객이 만나 볼 수 있도록 생활권 내에서 가깝게 진행하며, 전시를 홍보하고 안내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이러한 문화의 향유는 지역과 세대에 대한 차별이 없이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어찌 보면 앞서 언급한 ‘문화예술행사의 보완점’의 조사 결과는 국민의 만족도를 떠나서 전시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개선해 나가야 할 내용이다.
이미지 제공: 구영은
구영은
인천문화재단 인천아트플랫폼 우리미술관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