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아아트쇼 2023 전경 ©이경민
인천시는 작가와 시민을 위해 유통 플랫폼을 구축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3년 인천에서 개최된 아트페어 중 인천시의 ‘2023 인천형 아트페어 육성 지원사업’에 선정된 아트페어는 올해 처음 개최되는 인천호텔아트페어(9월)와 GAEAF 2023 개항장 아트페어(10월), 3회를 맞은 인천아시아아트쇼(IAAS, 11월) 세 곳이다. 인천시는 이 사업을 통해 인천 작가의 참여 비율을 의무화해 작품 유통 생태계를 구축하고 시민이 문화를 향유하는 기회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2023년 11월 23일부터 26일까지 송도컨벤시아에서 세 번째 행사를 개최한 인천아시아아트쇼는 인천, 특히 송도 시민을 겨냥하며 인천을 대표하는 아트페어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이우환, 조지 콘도, 요시토모 나라, 야요이 쿠사마 등의 작품을 소개한 더 이미지언스의 부스 전경 ©이경민
송도를 겨냥한 차별화 전략
올해 아트페어를 위해 ‘우리도 그림 하나 걸어요!’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조직위는 판매된 작품 가격이 대부분 300만 원 이하라고 밝혔다. 문턱을 낮추었음에도 저명한 작가와 블루칩 작가의 작품을 전시한다고 홍보하며 관객의 방문을 유도했고, 미술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인천의 특성을 고려한 대중화 전략은 효과적이었다. 실제로 주요 작품을 감상하고 ‘그림 한 점’을 구매할 목적으로 인천아시아아트쇼를 찾은 관객이 많았다는 평가다.
폐막 후 조직위원회는 인천아시아아트쇼에서 판매된 작품 가격의 총액은 약 100억 원으로, 입장객은 6만 3천 명으로 집계했다. 2022년에 비해 방문객이 1만 3천 명이 늘었다. 아트페어가 집계해 발표하는 거래액은 정확한 수치라고 볼 수 없다. 아트페어 주최 측의 집계 오류가 아니라 참여 갤러리가 판매액을 밝힐 의무는 없으며, 판매액을 부풀리거나 줄이는 갤러리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략적인 규모를 파악하는 수치 정도로 받아들여야 한다.
합리적인 가격대의 작품을 다수 판매한 갤러리들의 경우 미술시장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경기가 침체되었지만, 가족 단위로 방문한 송도 지역 관객이 많았고, 주로 집에 작품을 전시하고 감상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품을 구매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부담 없는 가격대의 작품이 거래되는 시장은 경기 침체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박서보, 키이스 해링, 바스키아, 줄리언 오피 등의 작품을 소개한 쿠바아트센터의 부스 전경 ©이경민
관객에서 컬렉터로
현재 인천아시아아트쇼와 키아프, 프리즈 서울을 찾는 관객층에는 차이가 있다. 프리즈 서울에서 소개되고 판매되는 작품은 최소 천만 원대, 대부분 억대 이상이다. 처음 소규모 또는 지역 아트페어를 찾다 점차 시야를 넓혀 국제 주요 아트페어에 방문하기도, 반대로 외국에서 개최되는 아트바젤이나 프리즈 등을 방문하다 국내 아트페어와 특색있는 소규모 아트페어를 찾기도 한다. 지역 아트페어도 ‘좋은’ 작가와 작품을 소개해야 하는 이유는 결국 관객이 구매자로, 구매자가 컬렉터로 정착하는 지속가능한 흐름을 위해서다.
자신의 컬렉션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작가에 대한 조사와 연구, 이해가 필수다. 작가의 전시 및 소장 이력이 작가의 작품 세계와 그 수준을 모두 담을 수는 없고, 이 같은 경력 없이 창작에 전념하다가 학자, 비평가, 갤러리, 기관 등이 발굴해 뒤늦게 주목받고 미술사에 기록되는 사례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 국공립 기관, 영리 및 비영리 공간, 주요 레지던시와 주요 기관 소장 여부 등은 작가의 활동과 위치를 어느 정도 대변하는 객관적인 표지라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
국내외 주요 사진 작가의 작품을 전문적으로 소개해온 갤러리 뤼미에르의 부스 전경 ©이경민
향후 고민할 지점
올해 참여한 갤러리를 살펴보면 오랫동안 갤러리의 역할을 수행한 유명 갤러리도 일부 있었지만, 처음 보는 갤러리가 다수였다. 매해 몇 회 이상의 기획 전시를 개최하고, 작가를 발굴하고, 전속 관계를 맺고 작가의 작품 관리와 판매뿐 아니라 주요 전시에 참여하고, 주요 미술관에 작품을 소장하도록 하는 등 작가의 전반적인 경력을 쌓기 위해 협업하는 등 갤러리의 역할을 수행하는 곳보다 갤러리카페에 가까운 곳, 지속적인 작가 발굴 및 프로모션보다 한 작가에 집중하거나 개인전 등의 전시 기획 없이 판매만 하는 곳, 공간이 없는 곳, 갤러리 정보가 없는 곳도 상당했다. 부스로 참여한 일부 미술 관련 제조 업체 역시 자신들의 고유 영역을 소개하는 자리를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고무적이었다. 하지만 우려되는 바는 지속적인 갤러리의 역할에 집중하지 않고 그저 작가 몇 명의 작품을 판매하는 곳이나, 공간도 실체도 없는 곳이 여과 없이 갤러리로 참여해 소개되는 부분이었다.
‘우리도 그림 하나 걸어요!’라는 슬로건 역시 지역에 작품을 감상하고 구매할 기회를 늘리고 컬렉션 문화를 조성하겠다는 전략이다. 미술시장의 핵심을 이루는 작품을 창작하는 작가와 작품을 구매하는 구매자, 그리고 이들의 작품 거래를 중개하는 갤러리의 역할은 중요하다. 단기적으로 지역 미술시장을 활성화하기는 힘들뿐더러 자칫 치고 빠지는 ‘세력’만 키우고 미술시장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 있다. 미술시장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아트페어는 제대로 갤러리의 역할을 해왔으며, 앞으로도 그 역할을 지속할 갤러리를 선별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한편 인천아시아아트쇼에 명칭대로 아시아가 존재했는지도 의문이었다. 아시아 지역에 초점을 맞추는 아트페어 같지만, 올해 행사에서는 아시아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인천아시아아트쇼가 지향하는 대로 서울에 집중된 미술시장의 저변을 미술시장 불모지인 인천까지 확대하겠다는 점을 오히려 지역 기관과 공간, 작가와 네트워킹을 통해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방향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겠다.
물론 갤러리와 아트페어의 모델은 다양하며, 실제로 다변화되고 있다. 몇 년 동안 갤러리 공간 없이 이곳저곳에서 전시를 개최하다 팝업 전시를 개최하거나 온라인 전시만 개최하는 갤러리 역시 아트페어에 참여하는 사례도 있다. 아울러 대부분의 아트페어는 갤러리가 참여하지만, 갤러리에 소속되지 않은 작가들이 참여하는 직거래 장터도 크게 늘었다.
결국 아트페어의 명성을 결정하는 것은 4~5일 동안 갤러리 백여 곳이 어떤 작가의 작품을 보여주는지, 그리고 어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지이다. 낮은 가격대의 작품이 거래되는 시장과 블루칩 작가들의 수억대 작품이 거래되는 시장을 이끄는 주체와 구매자는 다르기도 하지만, 교차하는 지점도 많다. 국내외 미술계에서 주목받지만 작품 거래는 전무한 작가도 있고, 주요 미술계 활동은 전무하지만 작품은 활발하게 거래되는 작가도 있다. 미술계와 미술시장의 다양성처럼 아트페어 역시 다양한 것이 당연하다. 다양한 모델과 방식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점은 ‘좋은 작가와 좋은 작품을 소개하고 거래해야 한다’는 것은 갤러리와 아트페어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자 의무이다.
이경민 (李暻旼, Lucida Kyungmin Lee))
비영리 연구단체 미팅룸(meetingroom.co.kr)의 미술시장 연구팀 디렉터로, 국내외 미술시장과 미술산업 주체의 움직임에 주목해 다양한 매체와 기관을 통해 글을 기고하고 강의한다. 갤러리현대 전시기획팀에 근무했고, 『월간미술』의 기자로 활동했다. 공저로 『셰어 미: 공유하는 미술, 반응하는 플랫폼』(스위밍꿀, 2019)과 『셰어 미: 재난 이후의 미술, 미래를 상상하기』(선드리프레스, 2021), 『크래시-기술·속도·미술시장을 읽는 열 시간』(일민미술관, 미디어버스, 2023)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