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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가지 이슈로 보는 2023 인천 문화예술 현장

김창길

매년 연말이 되면 한 해를 돌아보며 그 해의 중요한 사건 또는 이슈들을 정리하고는 한다. 필자도 2023년 인천의 문화예술현장을 둘러보며 10대 사건을 선정했다. 물론 다른 중요한 사안도 있을 수 있지만 인천시의 문화예술정책에 따른 것으로 보이는 중요한 사안이나 활동 또는 직접적이지는 않아도 정책적 지향이 읽히는 사안들을 중심으로 선정했음을 밝힌다.

1. 문화예술예산 3%, 아직은 미달성

민선8기 유정복 시장의 대표적 문화예술 공약이었던 문화예술 분야 예산 3% 달성은 공염불이되었다. 2023년 문화예술 분야 예산은 고작 1.44%. 뿐만 아니라 인구 1명당 문화예술 예산은 6개 광역시 평균 77,500원에 크게 못 미치는 48,300원으로 6개 광역시 중 최하위였다. 2022년보다 오히려 0.23% 줄어든 수치에 ‘혹시나’하는 기대가 ‘역시나’하는 체념으로 변했다.

2. 문화체육관광국 조직 개편

인천시는 2023년초 문화예술 관련 부서의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문화예술과를 문화정책과와 예술정책과로 나누고 문화콘텐츠과를 폐지하고 문화도시기반조성에 관련된 부분을 문화기반과를 새로 만들어 옯기고 문화산업 관련 업무는 문화정책과로 이전했다. 그리고 관광진흥과와 마이스산업과를 합쳐 관광마이스과를 만들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큰 조직 개편을 했을까? 이번 조직 개편의 핵심은 뮤지엄파크와 시립미술관 등 문화기반시설 건립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의 문화예술 정책이 여전히 문화기반시설 확충을 위한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어떤 논의나 협의의 장이 열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3. 인천뮤지엄파크 조성사업 본격 시작

인천시는 시립미술관을 새로 짓고 시립박물관을 확장 이전하는 ‘인천뮤지엄파크’ 조성사업을 위해 작년 국제설계공모를 통해 기본 설계안을 확정하고 인천시립미술관 소장을 위한 인천작고작가 작품 구입 및 인천시립미술관 운영방안 연구용역 등을 진행 중이다. 인천시는 인천뮤지엄파크를 시비 2,014억의 예산을 들여 2027년 개관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는 인천뮤지엄파크가 어떤 방향과 내용을 담아서 만들어지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인천뮤지엄파크 국제설계공모 당선작 경관의 기억 ©인천시

인천뮤지엄파크 국제설계공모 당선작 경관의 기억 ©인천시

4. 아트센터인천 2단계 사업안 확정

2018년 2,600억을 들여 개관된 아트센터인천은 현재 1,727석의 콘서트홀과 342석의 다목적 홀이 연간 80억 정도의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서는 2028년까지 3,113억을 들여 2단계로 1,439석 규모의 오페라하우스와 아트&테크센터를 조성할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아트센터인천이 세계에 자랑할 만한 인천의 문화예술 공간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치밀한 전략과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5. 인천여성영화제 사전검열 논란

2023년 6월 제19회 인천여성영화제 개막을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인천시가 인천여성영화제조직위원회에 퀴어 영화를 상영 프로그램에서 배제할 것을 요구했고, 인천여성영화제조직위원회는 이런 인천시의 요구를 거부했다. 이미 선정되었던 인천시 보조금 또한 거부했다. 이행숙 부시장은 “인천시 보조금이 지원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상영작 수정을 요청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검열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지난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악몽을 떠올리게 되는 너무나 슬프고 화나는 사건이었다.

6. 복합문화관광시설을 표방하는 상상플랫폼, 인천관광공사가 운영

우여곡절을 겪던 상상플랫폼이 결국은 인천관광공사의 몫(?)으로 넘어왔다. 인천관광공사는 상상플랫폼으로 사옥을 이전하고 운영 전반을 맡아 내항 1·8부두 일대 관광 활성화를 위한 사업들을 추진하게 된다. 하지만 상상플랫폼 운영에는 획기적인 내부 콘텐츠나 연계 관광상품 개발 등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도 많다. 매년 13억의 적자가 발생할 것이란 자체 전망이다. 오랜 숙의 없는 성급한 개발을 진행할 때부터 예견되었던 문제였다.

7. 재단법인 인천아트센터 설립 추진, 기대반, 걱정반

내년 설립 예정인 재단법인 인천아트센터는 송도에 있는 아트센터인천과 트라이보울, 남동구 구월동 인천문화예술회관 등 3개 문화시설의 통합 운영을 맡게 된다. 현재 아트센터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문예회관은 인천시가, 트라이보울은 인천문화재단이 각각 운영하고 있다. 재단 통합 운영 방식의 경우 각 시설 사이에 중복되는 행정·시설관리업무를 통합할 수 있고 다채로운 공연기획과 고객편의 증대 등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경영의 효율성을 앞세워 문화예술의 공공성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8. 다른 듯 닮은꼴인 ‘1883 인천맥강파티’와 ‘인천상륙작전 기념행사’

6월 15일, 아직 개관도 하지 않은 인천항 8부두 상상플랫폼의 앞마당에서 인천광역시와 인천관광공사는 10개국 3,000여 명의 관광객이 참여하는 ‘1883 인천맥강파티’를 열었다. 다양한 부스와 체험행사 그리고 지역 예술인의 공연이 관광객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펼쳐졌다. 인천시의 관광 지상주의가 느껴진 행사였다. 2016년 월미도 유원지에서 중국 관광객 4,500명을 초청해 벌였던 치맥 파티도 마찬가지였다. 공교롭게도 이때의 시장도 유정복 시장이었다.
9월 15일 인천시와 해군은 이날 오전 인천항 수로를 항해하는 해군 함정에서 제73주년 인천상륙작전 전승 기념식을 개최했다. 인천상륙작전 재연 행사는 군사훈련을 방불케 했다. 수십 척의 함정이 월미도 앞바다에 떴고 10여 대의 항공기와 장갑차가 인천 시내를 가로질렀다. 작년 2억 원 정도였던 예산이 유정복 시장이 노르망디상륙작전기념관을 갔다 온 후 인천상륙작전 기념행사를 국제적인 규모로 키운다며 유례없이 10배 이상 높아진 27억 원으로 변경되어 진행되었다.

9. ‘인천 지역문화재단 대표자회의’ 발족

8월 29일 인천시 및 5개 자치구(남동구, 부평구, 서구, 연수구, 중구)문화재단이 모인 ‘인천 지역문화재단 대표자회의’가 발족하였다. 문화재단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시민에게 양질의 ‘문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볼 때 광역과 기초문화재단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각각 역할 분담과 연대를 통해 인천시민의 문화기본권을 높이는 앞으로의 활동에 큰 기대를 갖게 된다.

인천 지역문화재단 대표자회의 출범식 Ⓒ인천문화재단

인천 지역문화재단 대표자회의 출범식 Ⓒ인천문화재단

10. 인천아트플랫폼 운영개편(안)에 따른 레지던시 논란

지난 10월 인천시는 인천아트플랫폼의 레지던시 기능 폐지를 골자로 한 ‘인천아트플랫폼 운영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전국 공모 방식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잠정 중단하여, 시민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과 프로그램을 만들고 인천지역의 예술인만을 위한 레지던시를 운영하겠다는 것이 요지였다. 소수의 인천시 공무원과 시 출연기관 직원들로 구성된 ‘혁신 소위원회’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이런 인천시정부의 일방적 결정은 많은 예술가와 시민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인천시는 공론화를 요구하는 예술가와 시민의 목소리에 아무런 답을 하고 있지 않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폐지 반대 1인 시위 ©김창길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폐지 반대 1인 시위 ©김창길

2023년 인천의 문화예술현장을 정리하다 보니 긍정적인 것보다는 부정적인 일들이 더 많이 보였다. 특히 문화기반시설 건립과 관광을 위한 이벤트 관련 이슈들이 많았는데 아무래도 현재 인천시정부의 문화예술정책지향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2024년에는 문화와 예술이 일상이 되는 인천을 위한 문화예술정책이 펼쳐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창길

김창길(金昌吉, kim changkil)

인천민예총 정책위원장
축제와 공연 기획을 하고 있으며 같이 즐겁게 노는 것에 관심이 많음.